한 달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는데, 통장 잔고는 항상 0원이었습니다. 카드값은 늘 한도까지 차 있었고, 월급날이 되면 하루 만에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었어요. 그땐 정말 몰랐어요. 내가 뭘 그렇게 많이 쓰는지도, 어디에 새고 있는지도. 그렇게 ‘무지성 소비’가 제 일상이 되어 있었고, 늘 “다음 달부터 진짜 아껴 써야지”만 되뇌며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.
그러던 어느 날, 우연히 카페에서 들은 말 한마디가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.
“돈을 쓰는 데도 기록이 필요해. 기억보다 기록이 정확하니까.”
그때 뭔가 뜨끔했어요. 맞아요. 난 소비를 기억하지도 못했거든요. 뭘 샀는지, 얼마였는지, 그냥 ‘카드 긁고 끝’이었죠. 그래서 결심했습니다. 이제부터는 내가 돈을 쓰는 방식부터 바꿔보자.
가장 먼저 시작한 건 가계부 쓰기였습니다. 솔직히 처음엔 종이 가계부를 살까 했지만, 이미 몇 번 시도하다 실패했던 기억이 있어, 이번엔 모바일 앱으로 도전했어요. 제가 선택한 앱은 '편한가계부'라는 무료 앱이었고, 수입/지출을 카테고리별로 나눠 기록할 수 있어서 직관적이었습니다.
처음엔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하려고 무조건 지출이 생기면 바로바로 입력했어요. 심지어 1,000원짜리 커피도요. 그러다 보니 정말 충격적인 사실들을 마주하게 되었죠.
예를 들어, 한 달 동안 커피값만 13만 원을 썼다는 것.
회사 근처에서 점심값만 평균 9천 원 이상 나간다는 것.
온라인 쇼핑은 생각보다 더 자주 했고, 배송비만 2만 원이 넘었더라고요.
지출을 숫자로 ‘보는 순간’ 제 태도가 달라졌어요.
"내가 정말 필요해서 산 걸까?"
"이건 없어도 됐는데 그냥 기분 전환용이었잖아."
자기 반성이 생기기 시작했고, 그때부터 지출에 대한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.
제가 실천한 소비습관 개선 노하우
- 5초 지출 멈춤 법칙
무언가를 사기 전에 5초만 생각해보기.
“정말 필요한가?” “지금 안 사도 되는가?”라고 스스로 질문하면 절반은 안 사게 됩니다. - 카드를 줄이고 현금 사용
무조건 카드로만 긁다 보면 실감이 안 나요.
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빼서 일주일 단위로 쓰다 보니 지출 감각이 살아났습니다. - 고정지출 점검
넷플릭스, OTT, 정기 구독 서비스들을 다시 점검해서 실제로 안 쓰는 것들은 전부 해지했어요.
덕분에 매달 2~3만 원은 아꼈습니다. - ‘기록용 지갑’ 만들기
현금영수증을 안 챙기면 지출이 기억나지 않아서 지갑 한 칸을 ‘기록용’으로 지정해, 모든 영수증을 모았습니다.
하루가 끝날 때 정리하며 앱에 입력했죠. - 소비 일기 쓰기
단순히 얼마를 썼는지 뿐만 아니라, 왜 썼는지, 만족도는 어땠는지도 기록해봤어요.
이게 생각보다 지출 습관을 바꾸는 데 아주 효과적이었어요.
“스트레스받아 충동구매함. 만족도 30점.”
이렇게 써보면 나중엔 비슷한 상황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거든요.
이렇게 3개월 정도 실천해보니, 놀랍게도 한 달에 20만 원 이상이 남기 시작했습니다.
처음에는 “이걸 내가 진짜 해낸 거야?” 싶었지만, 어느 순간부터는 더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. 그래서 아예 통장을 따로 만들어 자동이체로 매달 20만 원을 비상금으로 저축하고 있습니다.
이 경험을 통해 정말 절실히 느꼈어요.
돈이 부족한 게 아니라, ‘관리’가 부족했던 거라는 걸.
그리고 그 관리는 생각보다 아주 작고 간단한 습관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도요.
지금도 저는 완벽하지 않아요.
가끔은 다시 무지성 소비를 할 때도 있고, 기록을 못 하는 날도 있죠.
하지만 이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하지는 않아요.
적어도 한 번은 ‘생각하고 쓰는 습관’을 들이게 된 것, 그게 제일 큰 변화입니다.
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도 매달 통장이 텅텅 비어가는 게 당연하게 느껴졌다면,
저처럼 아주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보세요.
오늘 하루 쓴 돈을 기억하고, 내일은 메모해보고, 다음 주엔 앱으로 입력해보세요.
그렇게 몇 주만 지나도, 여러분의 소비 습관이 바뀌고 있다는 걸 분명히 느끼게 될 거예요.
텅장을 채우는 방법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습니다.
기록하고, 돌아보고, 조절하는 것.
이 단순한 원칙이, 저를 ‘가계부 요정’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.